이윤배(서로)

레인 서울 1기 이윤배


이윤배 (레인 서울 1기 몬스터 팀)


빠르게 식는 불꽃에서 은은한 촛불 같은 열정으로

나는 옷을 만든다. 독립 출판으로 내 책을 내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새로운 이들과 관계를 만들었다. 고등학교마다 공부하는 건 싫어하면서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한 명씩 있다. 그게 나였다. 학생 때부터 나는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일단 해보는 성향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 기억난다. 체육 수행 평가로 이단 줄넘기가 나왔다. 당시 나는 이단 줄넘기를 하나도 못 했는데 이상 하게 오기가 생겨 같이 축구하자는 친구들을 제쳐두고 한 교시 내내 이단 줄넘기만 했다. 집에 와서도 초등학생 이후로 꺼내본 적 없는 줄넘기를 가지고 나가 뛰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면서 한 개, 다섯 개, 열 개로 점점 개수가 늘더니 수행 평가 때 스무 개를 뛰고 결국 A를 받았다. 그땐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청소년 극단에 지원해 6개월간 무대에 올라갔다. 


고2때는 옷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뒤늦게 입시 미술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 학원에 다닌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기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늦게 입시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컸지만 난 그냥 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이었다. 내 그림은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항상 완성도가 떨어져서 1/3 정도는 보조 선생님께서 도와주어야 했다. 공부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리는 나는 모든 입시에서 떨어지는 게 당연한 결과였다. 나에게 남은 선택은 재수뿐이었다. 하지만 내 성적과 그림 실력은 1년을 더 투자한다고 대학에 합격할 수준이 아니었다. 일반고등학교 학생에게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에 속상해하며 재수 학원을 알아 보던 중, 이모가 한 대학을 소개해 주셨다. 그게 레인 코리아였다. 난 프로젝트 학습에 끌렸다. 그때의 나는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할 수 있는 힘도 없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하며 학습하는 것이 재밌어 보였다. 그것 하나만 보고 레인을 선택했다. ‘재수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 하면서. 



4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내 선택에 만족한다. 레인에서는 ‘Learning by doing’ 즉,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태도를 강조한다. 사실 강조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한다. 수익 지표를 채워야 졸업이 가능한데, 가만히 있는다고 돈이 벌리는 건 아니니까. 위에서 언급했듯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로서 이 태도가 굉장히 중요했다. 이론적으로만 뭘 배우고 있으면 몸이 근질거렸다. 그냥 직접 실행해 보고 싶었다. 뭐가 됐든 내가 움직이고 만들어내는 게 즐거웠다. 레인에서는 이론을 학습하더라도 지식을 어떻게 적용해야 프로젝트가 발전할지 고민해서 학습 계획을 세우니 훨씬 실용적이었다. 당연히 처음 해보는 것들이니 실패가 많았다. 그렇게 실패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적용 지점을 찾는 것이 레인의 프로젝트 사이클이다.


내가 주로 실패하는 이유는 열정이 식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한 달 만에 열정이 꺼져서 프로젝트를 접는 일이 빈번했다. 레인에서는 모든 일을 팀으로 함께하기 때문에 팀원들 또한 나에게 이런 피드백을 해주었고, 나도 개선해야 하는 점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피아노를 시작했다. 사실 부족한 점을 고치려는 것 보다는 그냥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저절로 끈기가 생겼다. 내가 꼭 연주하고 싶은 곡을 처음부터 잘 칠 수 는 없는 거니까. 왼손과 오른손을 따로 움직이고, 페달 밟는 걸 하나하나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다 보니 원하는 한 곡을 끝까지 연주하는데 3~4달이 걸렸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하는 게 제일 빠른 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연습하다보니 꾸준히 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걸 체감했다. 덕분에 예전엔 확 타오르다가 빠르게 식는 불꽃이었다면 지금은 같은 크기로 은은하게 타오르는 촛불 같은 열정을 갖게 됐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곤 지속한다. 독립 출판과 커뮤니티 형성, 지금은 고등학생 때 꿈을 따라 옷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내게 레인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나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곳이다. 종종 레인에 입학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대학입시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한다. 더 무서운 건 옷을 직접 만들다 보니 패션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패션과 나는 생각보다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됐다.


레인을 다니며 세상에는 숨겨진 재미가 많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큰 행복이 찾아 온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내 부족함을 발견하겠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두렵지 않다. 


레인을 다니며 세상에는 숨겨진 재미가 많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큰 행복이 찾아 온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내 부족함을 발견하겠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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